첫번째 편지

전 사범대학 역사교육과 졸업생인데 4학년 교생실습 때 입었던 옷입니다. 처음으로 백화점에서 장만한 정장이었습니다. 이 옷 입고 교생실습 A+받았어요ㅎㅎ 하지만 작가의 꿈을 버릴 수 없어서 결국 교사의 길을 가지 않았답니다. 이후로 프리랜서만 전전하고 정장 입는 직업을 한 번도 가진 적이 없어서 그때 딱 3번인가 입고 한번도 안 입었으니 새거나 다름없는 옷입니다. 그래도 추억이 소중해서 누구 주기 아까워 고이 모셔두고 있다가 이런 좋은 기회를 알게 되어 기부합니다. 올해 평생 꿈꿔오던 소설가로서 데뷔작을 발표했으니 이제 이 옷하고는 작별할 때도 된것 같아요. 부디 이 옷을 입는 모든 분들마다 간직해 온 꿈을 꼭 이루시길 바랍니다! 포기하지 마세요! 저도 10년 걸렸어요^^ 앞으로도 평생 꿈꾸며 살아갈 겁니다~

두번째 편지

지난번에 옷 한벌 기증했던 소설가 김현경입니다~
여동생이 하나 있는데 내과의사이고 레지던트 2년차라 한달에 3~4일만 오프 받아 집에 올 수 있어요.
이번 주일에 집에 왔길래 열린옷장 이야기를 했더니 자기도 안 입는 정장 있다고 옷장을 뒤져서 몇 벌 내놓았어요.
사회 초년생일때 입었던 옷인데, 의사는 정장근무가 원칙이지만, 일하는데 불편하니까 블라우스나 치마는 잘 안입게 된다네요ㅎ
동생은 원래 간호대를 졸업했는데 의사의 꿈을 못 버리고 다시 공부해서 의대 편입해서 본과 4년을 또 공부하고 인턴생활에 레지던트까지...
정말 오랜 세월을 병원에 갇혀서 편하게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힘들게 생활하고 있어요.
그래도 자긴 사람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이 직업이 너무 좋고 다시 태어나도 의사하고 싶다네요.
힘들어도 일 자체에 만족할 수 있는 우리 자매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모두 그렇게 되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