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기간이 길어지면서, 용돈 달라고 하기 민망해지는 시점. 부족한 것 투성이지만 스펙 쌓을 에너지는 고갈되버린 시점.
원서를 쓰면서도 '되겠나~' 스스로 의심하게 되는 그 순간.
그 때 누가 저에게 그럽디다. 증명사진을 다시 찍으라고. 원서를 보면 제일 먼저 사진에 눈이 가는데, 첫 느낌은 두 번 오지 않는다나?
벌써 육개월째 취업은 커녕, 서류전형도 다 떨어진 주제에 증명사진 찍는다고 정장을 사달라는 말이 입에서 떨어지겠습니까? 최소한 '면접 가야되니 정장 사주세요~" 이정도는 해야죠.
그런데 그 얘기를 듣고나니, 그동안 서류전형에서 낙방한게 사진때문이고, 심지어는 사진만 아니면 나는 안 떨어질 사람인데...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게되더라고요. 그 때, 그런 바보같은 생각으로 샀던 정장입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마음이었던 거죠.
그렇게 정장을 사고, 한껏 꾸미고, 증명사진 찍으러 가는 길, 정장이 주는 불편함이 주는 긴장감이 너무 뿌듯했습니다. 오랜만에 차려입은 나를 보고 사람들이 '어머! 취업한 사람인가봐~!' 바라보는 것 같은 멍청한 착각도 들었습니다.
사진을 다시 찍은 뒤에도... 줄줄이 낙방은 이어졌지만, 그동안 절대 사기업(대기업) 아니면 안간다!는 고집을 꺽고, 이제 좋은 회사(공사)에 취업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정장을 새로 사기 전엔 어디라도 취업하고 싶은 조급함과 그래도 어디어디 아니면 안된다는 미련함으로 회사에 원서를 내는 게 아니라 희망사항을 적어내듯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즈음, 취업을 마냥 바라는 떼쓰는 아이같은 마음을 접고,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되는 것과 안되는 것, 나를 뽑아줄 회사와 아닌 회사. 그리고 나 자신을 점검했습니다.
그 때 심기일전하기 위해서 샀던 정장을 지금 회사 면접 볼 때 입었고, 취업해서도 한동안 입고 다녔습니다. 가끔 보면 그 때 생각나면서 열심히 살아지는 그런 옷입니다.
딱 면접용이라~ 이걸 얼른 보내야지 하면서도... 너무 소중해서 손에서 놓지 못하다가 보내드립니다. 옛날에 입을 때는 신입사원같아 보인다더니, 이제 이 옷 입으면 은행 다니는 사람 같아 보인다더라고요ㅋㅋㅋ
벌써 보냈어야 하지만, 이제라도 나누어드립니다. 정말이지 바라만 봐도 열심히 살아지는 옷이란 말입니다 ㅎㅎ 저의 열심도 나누어 드립니다.
모두모두 건승하시길 빌어요!!
2014년 5월 2일
기증자 이용미 / 한국철도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