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부모님 도움 없이 단칸방에서 시작한 신접 살림에 1년 반의 준비 기간 동안 모은 돈으로 치른 결혼식이었습니다. 남들에겐 그저 옷 한 벌이지만 저희 부부에겐 특별했습니다. 신랑 정장 한 벌 한 벌 장만할 때마다 감동이고 행복이었습니다. 8년이라는 시간을 지나는 동안 몇 번 입지 않은 옷들이라 아껴두었는데 결국 신랑의 몸도 예전 같진 않고 :).... 그래도 이렇게 좋은 곳으로 보낼 수 있어 더 할 나위 없습니다. 세상에 하찮은 것은 없습니다. 하다 못해 휴지 한 조각도 휴지가 되기 위해 수 없이 많은 고통의 과정을 거칩니다. 이 옷을 입을 그 누군가도 그런 과정을 거쳤거나 아님 그 과정에 있겠죠. 부디 그 과정 때문에 꺾이지 마세요! 분명 과정 속에는 행복한 순간도 있었을 거예요. 그리고 이 별 거 아닌 옷을 입는 순간도 그 행복한 과정 중의 하나가 되길...
2016년 4월 22일
기증자 강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