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추억이 되는 물건을 내보내지 못하는 성격이라 아이 둘을 낳을 때까지 쟁여만 두다가 이제서야 보냅니다. 주로 남편의 옷이 많아요. 남편과 제가 만나 부모님께 결혼 허락을 받기 전 대위 전역하고 이렇다할 직장을 잡아야 당당히 허락받을 텐데..라며 합격이 아니면 안된다는 마음으로 면접 볼 때 입은 옷입니다. 다행히 합격하여 출근하며 입은 옷들도 있고요. 저 역시 졸업 전 이력서에 넣을 사진에 입고 찍을 정장을(없는 형편인지라 비싸지 않고 메이커가 아니어도 나름 예뻤던 옷을) 처음 구입한 것이라 그 의미를 두고 오랜시간 지니고 있었네요. 우리 부부가 사회로 첫 발걸음을 내딛였던 그때처럼 다른 청춘의 멋진 첫 발걸음을 응원하며 보냅니다.

2017년 11월 27일
기증자 엄숙/자영업 및 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