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 원래 희망하던 분야의 일은 필기에서 번번히 떨어져서 면접도 못보고, '어디든 좋으니 일이란 걸 하고싶다'는 마음으로 원서를 수십군데 넣었고, 이 정장을 사서 입고, 잘 봐서 첫 직장에 들어갔습니다. 좋은 직장이었지만 역시 적성이나 보람과 더 맞는 곳을 찾게 되었어요. 두 번쨰 직장 면접도 이 옷을 입고 봤네요. 저한테 더 맞는 곳을 찾아서 세번, 그것도 영리->공공->비영리로 이직했고 점점 정장 면접이 필요없는 곳에서 일하게 되어 지금은 청바지 입고, 자전거 타고 출퇴근하는 제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물론 전 직장에서 모은 돈, 얻은 경험, 좋은 사람들 덕분에 지금 제게 맞는 옷을 찾아 즐겁게 일하는 것 같아요. 면접 볼 때는 그렇게 제발 붙어라라며 절박했는데 막상 다녀보면서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어떤 환경에서 일할 때 행복한지를 깨알을 수 있으니, 그것들은 다 자기를 알아가는 소중한 경험이라 생각해요. 처음부터 그런 일터를 찾으시는 분께, 아니면 저처럼 여러 일터를 통해 찾으시는 분께도 이 옷이 도움 되었으면 하는 응원의 기운을 듬뿍 담았습니다.

2018년 4월 18일
기증자 우성희 / 듣는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