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키트가 보이질 않아 엽서에 일단 사연 보냅니다. 옷을 포장하고 보내기까지 1년이 넘었죠? 헤어지기 쉽지 않은 옷이었습니다. 대학원 졸업 후 시간 강사도 하고 대학 연구실 인턴도 하고 벤처도 다니다 지금의 회사로 합격했을 때 아빠가 딸을 위해 맞춤복으로 사주신 옷이네요. 전 이제 결혼하고 아이도 있어 이 옷을 입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옷을 버리는(?) 아니, 제 눈 앞에서 치우는 건 아빠의 성의를 무시하는 것 같았습니다. 박스에 담고 한참의 이별 연습을 한 후에야 남편의 성화에 못이겨 보냅니다. 이 옷을 입으시는 분께도 제게 있었던 좋은 일들이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남편은 저처럼 옷에 사연을 두는 스타일은 아니라 조만간 본인에게 큰 사이즈도 정리하면 보내겠습니다. 넥타이는 새 겁니다. 젊은 분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시는 열린 옷장도 응원합니다!!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 기증키트는 찾으면 보내드릴게요.

2018년 6월 11일
기증자 최연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