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출근 전날 기증상자를 받아 설레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저는 대학 졸업 후 2년 동안 취준생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지금은 웃으면서 2년간 백수하며 실컷 놀았어요~ 하고 말할 수 있지만 저에게 그 2년은 가장 힘들고, 지독하게 외로웠고, 가장 필사적이었고, 열정적으로 걸어온 시간이었어요. 그간 몇 십 번이나 이 정장을 차려 입고 면접에 임했는지도 사실 횟수도 안 세어봐 잘 모르겠네요 ㅎㅎ 만년 탈락에 취업준비생이라는 눈앞이 캄캄했던 날들도, 지금은 '그땐 그랬지' 웃으며 말하곤 합니다. 취준 1년째 쯤에 탈락 문자를 받고 밤새 엉엉 운 적이 있습니다. 다음 날 정신을 차리고 시내로 급하게 나가 반지에 글귀를 새겼어요. '수백번 떨어져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라는 글귀를 새긴 반지를 끼고 그 이후로 또 몇 십번이나 더 고배를 마셨지만 저는 끝끝내 제가 바라오던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은 정말 갑자기 찾아왔어요. 그간의 서러움이 복받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네요. 면접장에서 덜덜 떨며 외운 자기소개서를 틀리지 않길 기도하고 화장실에서 우황청심원 두 병을 원샷하고, 다른 지원자와 나를 비교해보기도 하며 자신감도 잃어보고 물만 벌컥벌컥 마시다가 면접 끝나고나 겨우 첫 끼를 먹고, 망친 면접에 후회하고, 잘했다고 기대하다가도 결과에 무너지고. 모두가 같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저보다 더 치열하고 열심히 해왔을지도 몰라요. :) 그때로 돌아간다면 저에게 꼭 말해줄 것 같아요. 남보다 조금 앞섰다고 자만할 것 없고, 남보다 조금 늦었다고 자책할 거 없다고요.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고... 나를 믿는다고요! 그때는 너도 나도 취업하기 시작하니, 나만 늦은 것 같아 초조하고 불안하지만 막상 사회에 나와보면 나보다 늦은 사람도 수두룩해서 늦지도 이르지도 않았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저에게 첫 합격을 안겨준 정장입니다. 저는 이 옷을 입고 첫 출근도 했고 유니폼을 받을 때까지 이 옷을 입고 출근했습니다. 제겐 사회에 첫 발을 내딛기까지 저와 함께해온 소중한 옷입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첫 시작을 이 옷과 함께 해주신다면 너무나 큰 영광일 것 같아요. 당신의 행복을 바라요. 진심으로.

2018년 11월 29일
기증자 김수정
/항공기 객실 승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