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기숙사에 있는 짐을 정리하여 몽땅 집으로 보내버렸지요. 그 짐에는 2016년 한 해동안 한번도 입지 않았던 제 유일한 정장도 포함되어 있었어요. 지난 355일간 입을 일이 없었는데 앞으로 남은 10일간 입을 일이 있나 싶었죠. 그리고 그 일이 일어나 버렸습니다. 김재희님 감사합니다. 자켓이 원버튼이라 모르고 단추 두개를 채우는 불상사를 면할 수 있었어요. 김혜성님 감사합니다. 룸메형 전투화를 신을 뻔한 저를 구해주셨어요. 신윤경님 감사합니다. 태어나서 타이를 매본 적이 한손에 꼽았는데, 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었어요. 막상 공연에는 나눠준 보타이를 맸지만요. 마지막으로 이 모든 기회와 셔츠 및 벨트를 제공해주신 열린옷장 봉사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성탄절 칸타타 공연을 은혜롭게 마칠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2016년 12월 23일
대여자 이장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