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돌과 시멘트가 노래하는 나라, 나니아로부터 '열린옷장'
입춘 지나 봄으로 향하는 큰 길, 2월입니다. 작년 이맘 때도 열린옷장에 옷을 몇 벌 보냈었는데, 저는 계절이 바뀌면 이사가 하고 싶어지나 봅니다. 스물 살 무렵에는 종종 옷을 선물해주는 가족이 있어서 중요한 면접이 있으면 꼭 맞는 그 한 벌을 찾겠다고 하루 종일 백화점을 오르락 내리락했습니다. 아마 상품권에 0이 하나쯤 더 붙어있었다면 수고가 좀 덜했을까요. 가끔씩 점원 대신 이모나 남자친구가 옷태를 두고 훈수를 놓듯 같이 고른 날도 있었습니다. 점원보다는 이모가, 이모보다는 이제 같은 지구별 시민이 된 남자친구의 안목이 훨씬 나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에게 훈수보다 옷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코디는 많고 코치는 넘치니까요. 그래서 집을 나서기 전 세탁소도 일부러 다녀왔습니다. 솔직히 말해 몇 년 만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걱정 말아요. 당신을 정말 필요로하고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옷이 당신의 면접을 도울 수는 있을망정, 망칠 수는 없을 겁니다. 아무도 당신에게 이야기해주지 못했을 뿐 저는 미미한 존재입니다. 당신 자신에 비하면, 너무나도.
아슬란과 MGM 로고를 좋아하는 사자자리 친구
김윤정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