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에 입사해 건설 분야에 몸 담은 지도 어언 20년이 지난 요즈음 나는 오늘도 건설 분야 종사자 외의 일반인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근무 중이다. 고속도로 개통을 앞둔 바쁜 고속도로 건설현장 속에 몇 주 전 어느 날 퇴근 후 스쳐가는 생각이 '혹 내 작은 힘이 세상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하며 인터넷을 뒤적이다 기증과 관련된 사항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게 '열린옷장' 사이트였다. 그래서 이렇게나마 절차를 통해 노란 기증박스를 받게 되어 사회에 내 작은 힘이 어떤 보탬이 될 수 있음에 뿌듯한 보람과 소명 의식을 느끼고 있다. 수트 기증에 앞서 나의 수트 착용에 대한 경험으론 대학교 졸업 전 거금을 주고 산 더블 브레스트 정장을 입고 졸업 앨범을 찍었던 것과 입사 면접을 봤던 기억, 입사 후 몇 주 입고 다니다가 근무 여건상 근무복으로 캐주어라게 갈아타 더 이상 용도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옷장 속으로 고이 모셔놓다 몇 달 전 딴 똑으로 처분하였는 바, 쓰리버튼 정장 외에는 남겨진 아끼는 정장은 현재 없다. 따라서 정장 기증이 배제되어 옷에 담긴 스토리가 쓰여지긴 어려우나 정장에 걸치는 코트는 있어서 이 코트와 함께 정장과 관련한 품목도 추려서 지금 노란 박스 안에 취업준비생 등 정장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잘 쓰여지길 바라는 마음에 품목별로 차곡차곡 넣고 있다. 비록 시대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요즘 시쳇말로 '노오력이 부족해'라고 외친다고 하나, 사회에 나올 때 저마다 엄청난 노력을 들이는 분들께 내 조그마한 정성마저 더해져 좋은 결실을 보게 됨을 상상해보며 기증자의 뜻이 담긴 물건을 잘 사용함으로써 '멋질 권리'를 누리며 잘 되기를 힘차게 응원해본다.
2016년 10월 30일
기증자 안동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