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인생의 반환점을 맞이할 때마다 입었던 정장입니다. 제가 9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첫 발을 내디딜 때, 사직 후 잠깐 사기업에서 일했을 때, 다른 직렬 공무원이 다시 되었을 때 모든 순간에 함께 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리 대단한 일들은 아니었지만 하나같이 저에겐 찬란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지금은 배부른 직장인이 되어 맞지도 않는 이 옷들을 뭔가 미련이 남아 간직하고 있다가 떠나보냅니다. 취직 전의 저처럼 불확실한 미래와 가난에 찌든 암담한 현실 때문에 말라가는 청춘들에게 비루한 이 옷이 작은 도움이나마 되었으면 합니다.
2019년 4월 12일
기증자 전민영/공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