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식품제조업회사 인사팀에서 곧 만 9년을 바라보는 직장인, 황은정 입니다. 인사팀은 여러분들이 회사에 들어오려면 반드시 마주쳐야 하는 곳 중 하나죠^^ 한 때 저도 취준생이었지만(그 전에는 고시생) 입사 후에는 내부자 입장에서 많은 이들의 서류 검토와 면접을 진행했네요. 제가 취업을 할 때도 참 어렵다 했는데 지금은 상상도 못하게 더 어려워진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말이 도움이 될까 여러 날 고민했지만 다들 어줍잖은 위로일 뿐이었습니다. 그저 이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첫째, 이 곳에서 글로나마 만나뵙는 분들이라면 적어도 면접 통보는 받으신 분들입니다. 여러분들은 그 힘들다는 취업난에서 무수한 경쟁자를 제치고 소중한 면접의 기회를 잡으신 겁니다. 최종결과 그 이상의 너무 먼 미래에 대한 불안한 마음보다 면접 통보를 받은 당장 오늘의 설렘과 기쁨을 더 만끽하고 좋은 에너지를 끌어모으시길 바랍니다. 웬만한 인사 담당자 또는 면접관이라면 말 몇 마디 중에서, 때론 얼굴만 봐도 자신감이 있는지, 불안함이 내재돼 있는지 느껴집니다. 또롱또롱한 눈빛으로 다시 만나고 싶은 느낌을 심어주세요.
둘째, 앞서 이야기가 와닿지 않으시거나 때론 무슨 말도 들어오지 않고 혼자 많은 짐을 짊어진 기분이 드신다면, 이것도 작은 인연인데 저에게 도움을 요청해 주세요. 면접장에는 누가 같이 가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는 누군가와 함께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주변에 지지해주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적어도 저 하나는 여러분들이 부디 제 옷을 입고 제가 느꼈던 희열을 느끼고 안도의 큰 숨을 쉬길 바라고 있습니다. 내부자 시각으로 아직은 외부자인 여러분들의 불안과 고민을 조금이나마 난도질 해드리고 싶습니다.
9년 전 이 옷을 사고, 이 옷을 입고 면접에 가고, 합격 통보를 받고 입사 후 직장인임을 뽐내며 괜히 더 꺼내입던... 모든 순간들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입을 일이 별로 없었지만 저의 시간과 감정을 품고 있는 것 같아 버리지도 않고 장농 한 편에 고이고이 모셔둔 옷입니다. 올해는 과장에 승진까지 하고 이제는 보내줄 때가 된 것 같아 새로 세탁을 하고 다시 밖으로 내보내봅니다. 여기까지 인정 받으며 잘 지내온 제 내공과 기운도 함께 담아 보내니 부디 좋은 소식이 계속 이어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시작이 늦다고 인생 전체가 늦어지지 않습니다. 똑똑한 사람이 모두 노후까지 잘 살지 않습니다. 외부자가 아닌 내부자로 만나게 될 그 날을 기약하며, 오늘도 화이팅!

2019년 6월 19일
기증자 황은정, 인사(HR)/풀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