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옷을 입게 될 수도 있을 누군가에게. 어느 때보다 힘들게, 모두 우왕좌왕하다가 증발하듯 흘러가버리고 있는 2020년의 끝자락입니다. 문득 옷장문을 열어 신랑이 아껴입던 양복 두 벌을 골라내었습니다. 중요한 자리들을 위해 입었던 지라 어쩌면 옷에도 그런 약간의 긴장이나 설렘들이 배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첫 직장, 첫 사회생활 같은 것에서 느껴지는 긴장되고 떨리지만 잘 해내고 싶다는, 잘해낼 수 있다는 그런 기분 좋은 팽팽함 말이죠. 익숙해지고 무뎌지다 불평과 불만이 많아져, 개인적으로 새 출발이 필요한 시점이라 더 더욱 당신을 응원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면접 아니면 인생의 어느 소중한 순간을 앞두고 계신 당신에게 맞춘 듯이 잘 맞는 옷이 되고 작게나마 응원이나 추억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런 마음을 옷에 담아 보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드리고 당신의 건강과 행운을 바랍니다.

2020년 11월 20일
기증자 백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