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살의 옷장 정리, 많지도 적지도 않은 나이가 찾아왔다. 오랜만에 찾아온 이사로 온 집안을 헤집으며 정리를 하다 보니 딱 많지도 적지도 않은 양만큼의 안 쓰는 것들이 거실 가운데로 모였다. 이제는 내 물건만이 아닌 함께하는 사람의 물건과 함께 소중하고 깨끗한 물건만 남기고 정리를 했다. 그러고 나니 더 이상 안 입는 옷들이 보였다. 특히 부모님과 동행했던 첫 친척 결혼식에서 입었던 정장, 졸업식 때 구매한 정장. 나의 20대의 몸을 가지고 있는 옷들. 문득 이것이 필요한 곳이 있을까 찾아보고 싶어져 휴대폰으로 검색을 했다. 이렇게 나는 정장을 기증하게 되었다. 이런 곳이 있는지 몰라서 주변 친구들에게도 잔뜩 공유를 했다. 다들 좋은 곳을 알게 되었다고 저장하는 모습에 더 많은 제2의 주인을 맞이할 수 있는 옷들이 주인에게 잘 찾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1년 5월 30일
기증자 임정예 / 공방운영, 광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