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얼마전에 심하게 아파서 한바탕 고역을 치룬 후 살이 쑥 빠져버렸습니다. 주변인들이 놀랄 정도로 말라버렸는데, 하필 면접 날짜가 잡힌 겁니다. 체격이 아예 변해 버려서 정장을 어떻게 구해야할지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맞춤제작을 하자니 돈이 없고, 빌리자니 작은 옷은 구하기 힘들었습니다. 반신반의하며 열린옷장이란 곳에 처음 찾아갔더니, 세상에. 직원분들 모두 친절화시고 열의가 있으셔서 한번 놀랐고, 무엇보다 저에게 맞는 옷이 있어서 두 번 놀랐습니다. 감사하게도 정장을 빌리 수 있었고, 집에 오는 길에 받은 문자는 지하철에서 제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습니다. 몇 줄의 짧은 편지였지만 그 속에서는 사회적인 시선에서도 굴하지 않고 스스로 떳떳하게 살려는 김진용님의 신념이 느껴졌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뒤를 걸어오려는 인생 후배들에게 길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손을 내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고, 더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면접은 2월 1일 아침 일찍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 사실 면접관님께 지적도 받았는데, 워낙 긴장했던지라 표정이 좀 우스꽝스러웠나봅니다. 그 날 저녁 거울을 보며 안면근육을 재연해 보았더니 참 기괴하더군요. 흑역사가 한 줄 추가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건 제가 하고픈 말들이나 준비해간 멘트는 적시적기에 활용하였습니다. 면접이 끝나고 동기분들께 칭찬도 받았습니다. 나름대로 저를 보여줬다 생각합니다. 합격발표는 한참이나 뒤에 나오기 때문에 여기서 소식을 전해드리지 못해 아쉽습니다만, 최선을 다했으니 결과에 상관없이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물론 합격한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 제가 어디에 지원했었는지 말씀이 늦었네요. 해군 부사관입니다. 네, 놀라셨죠. 이런 작은 몸이지만 절대로 의지만큼은 작지 않습니다. 이 작은 몸으로 이 큰 나라를 지켜보이겠습니다. 혹 드넓은 바다에서 초심을 잃을 것 같거든 겨울날에 받았던 작은 문자 한통을 떠올리겠습니다. 김진용님께서도 제게 보여주셨던 신념을 쭉 유지하며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2018년 2월 2일
대여자 최영민